글쓰는서령 2011. 1. 4. 16:21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작은 기억의 파편들이 빨간 심장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저마다 사연의 보따리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 세월의 껍질을 벗겨내려 안간힘 쓰는 사람들,

언젠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거대한 상상속에 휘말려 잠 못 이루는 짙은 밤이 있었지.

그 무언가와 나를 동일시하고 싶었던 순수하다못해 너무나도 멍청했던 순간도 많았지.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이면 으레 그러하듯, 나는 두 눈을 감고 무거운 망상에 빠져들곤 한다.

여지껏 살아온 순간들이 작은 점이 되어 바글거리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곤 했다.

 

삶에 있어서 돌아갈 곳과 돌아갈 수 없는 곳이 있기에, 우리는 참회의 눈물이라는 값진 보석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바람 부는 날이면 우리들의 뜨거운 심장이 애타게 찾는 그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나를 뿌리채 뽑아버리는 손아귀, 나를 뜨거운 불길 속에 던져버리는 손아귀도 느낄 수 있었지.

그 무엇이 나를 뽑아내고 타들어가게 만들지언정, 육신보다 더욱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우리들의 정신이었다. 그네들은 모르고 사는지, 우리가 사는 것은 명이 긴 것도 아니요. 운명도 아닌것,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그네들은 진정 제대로 살고 있음이라 말하고 싶다.

한낱 부질없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첩첩산중을 떠돌아 다니는 동안 수천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망각하고 살았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부터였던가,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옷깃을 움켜잡고 우리를 감추던 순간의 시작은,

 

바스라지는 기억의 파편에 진한 상처를 부여받고 사는 사람들

나는 너무나도 작은데, 내가 작다고 세상마저 작아질 순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네.

 내가 커다란 거인이 된다고 세상을 밟고 올라갈 순 없는 법이더라.

 

 

 

 

 

 

 

 

-書嶺

 

바람을 등지고 사는 사람도 있고, 바람과 맞서는 사람도 있더라.

창문을 뒤흔드는 소리에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나.

쏟아지는 빗소리에 문득 보고싶은 사람이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나. 그런가보다.

바람부는 소리마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나의 넋두리가 파편이 되어 허공속으로 날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