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글쓰는서령 2010. 12. 23. 20:56

 

 

책제목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지은이 : 이어령

출판사 : 열림원

 

 

 

언젠가는 쓰고 싶은, 꼭 써야만 하는 글이 있다.

하나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회고록과 같은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엄마를 위한 글이다.

나와 엄마를 하나로 묶어서 한 권의 책에 담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저 엄마이기 전에 여자로서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와 나의 삶을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무심한 척, 때로는 과감하게 들여다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곤 했다.

 

 

 

 

「어머니와 책의 세계는 꼭 의사가 주사를 놓고 버리고 간 상자갑과

  같은 것이었다. 주삿바늘은 늘 나를 두렵게 했지만 그 주사약의 앰풀을

  담았던 상자 속의 반짝이는 은박지나 흰 종이솜은 늘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39도의 높은 신열 속으로 용해해 들어가는 신비한 표음문자들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리고 상상력의 깊은 동굴 속에서 울려오는 신비한

  모음의 울림소리를 듣는다.」p.16

 

 

나에게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살게 된 성스러운 보금자리로서 나의 기억에 존재한다.

앞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힘이 부족했던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키워주었던 엄마.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자식을 향한 뜨거운 모성애였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딸이라는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좁은지, 또는 넓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최초의 믿음과 사랑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엄마의 존재를 그렇게 나와 맞물려 인식하고 있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라는 책을 읽고 내가 떠올린 엄마의 존재를 향한 생각이다.

이 책은 신문인, 문학평론인, 대표적인 지성, 전 문화부장관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어령 작가의 신간 산문집이다. 작가의 유년기 시절 속에 아련히 파묻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젊은 날에 문학을 만나 손을 잡고 하나의 정신을 이룩하기까지의 과정, 평소 무신론자라 말해온

주장과 함께 세례를 받게 된 사연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기쁨 속에서만은, 비통 속에서만은, 그리고 또 근육이 꿈틀거리는

  외적인 피부의 세계만으로는, 육체를 상실한 그 영혼의 세계만으로는,

  하나의 생명은 탄생될 수가 없다.

  그 상극하는 두 개의 세계가 맞부딪치면서 휘황한 광채를 던지는 순간,

  생명은 장미의 모순처럼 그렇게 피어난다.」p.112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현재의 삶, 언제나 매 순간 최고의 삶, 창조적 존재로서 사는

작가 자신의 내적인 깨달음 혹 정신적 산물의 토대를 마련해 준 존재의 가치를 발굴해내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로서 시작된 시동이 아니었을까?

하루하루를 창조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작가의 마지막 여운을 감지하면서

이 책이 내포한 참된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