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도스토예프스키의 돌>

글쓰는서령 2010. 12. 14. 21:50

 

 

책제목 : 도스토예프스키의 돌

지은이 : 문영심

출판사 : 가즈토이

 

 

 

삶은 인간의 정신에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머나먼 여정을 선택하는 찰나의 순간이다.

마치 섬광처럼 인간이라는 작은 생명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이내 우리의 헛된 욕망과 허물에서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불꽃을 키우고 있다.

언제 타오를지 모르는 그 뜨거운 불꽃은 다름 아닌 저마다 주어진 삶을 향한 열정이 아닐까!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미치도록 파고들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을 찾을 수만 있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으련만, 삶이란 이토록 험난하고 외로운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치열한 늪지대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그게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문학과 소통하며 살다간 도스토예프스키를 통해서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되찾은 어느 작가지망생의 이야기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에 담겨 있다.

책 제목을 보면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을

담은 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 주인공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의 내래이션 대본을 준비하던 중, 아는 지인에게서 하나의 돌을 받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수영에게 온 돌은 다름 아닌 도스토예프스키가 유형생활을 했던

시베리아의 옴스크 감옥에 있던 돌이었다.

 

 

 

 

「"이 돌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피와 눈물이 서러 있다 해서

  관광객들이 아주 탐을 내는 기념품이랍니다.

  (중간생략) 특히 문학 지망생들은 이 돌멩이가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어서

  이 돌을 갖고 있으면 반드시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하게 된다고 믿고 있답니다."」p.17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담인지, 단순히 허구적인 소설인지를 분간하기 모호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하나의 글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낳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에 시달리는 주인공 수영의 모습,

작가가 되기 위해서, 그러나 또 작가가 되기를 거부하는 주변 인물을 다양하게 등장시키면서

우리의 삶에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 끝도 없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이 책을 쓴 작가 자신이 문학에서 분열된 자의식을 회복하기 위해서 거침없이 뱉어낸

정신적 산물이 아닐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표출한 것은 아닐까?

그것은 문학을 향한 애착, 의구심, 욕망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나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빛은 내 존재의 무력함과 비천함을

  두드러지게 보여 주었다. 문학도 삶도 이 세계의 광대무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그 순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p.311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서, 단 하나의 단어를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던가?

나에게도 하나의 돌멩이를 만나고 싶은 강한 욕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돌>은 작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