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의 서재/서령의 리뷰

<압구정 소년들>

글쓰는서령 2010. 12. 10. 23:00

 

 

 

 

 

 

책제목 : 압구정 소년들

지은이 : 이재익

출판사 : 황소북스

 

 

 

누구나 학창시절이라는 커다란 추억의 보따리를 품고 있다.

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해진 질서와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일상생활의 반복적인 리듬에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단 한 번도 느끼지 않고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왠지 모르게 벗어나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 무언가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는 커다란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설렘, 저마다 추구하는 독특한 자아상의 시발점이 되는 자신만의 주특기를

은연중에 발견하게 되는 짜릿함에 이르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어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상황도 직면하게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이다.

 

 

 

<압구정 소년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회상하고 떠올리면서

려낸 작가의 자화상임과 동시에 음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장편 소설이다.

 

「열 장짜리 버스 회수권을 열두 장으로 잘라 쓰며 돈을 아끼고

  명절 때 친척들한테 받은 돈을 모아서 기타를 질러버렸다.

  기타 가게 점원을 조르고 졸라 흥정한 가격은 12만 원.

  1991년에 12만 원이라는 돈은 고등학교 1학년생에게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p.39

 

 

 

 

이 책은 현실적인 시대 배경이 탄탄한 받침대 역할을 하면서 실제로 압구정 고등학교를 졸업한

작가의 경험담과 재치 발랄한 글솜씨,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적절하게

등장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독특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큰 장점이 있다.

아름다운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여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활약이 기대되는 책이다.

 

 

「비어 있긴 했지만 완벽한 무(無)는 아니었다.

  작고 납작한 물건이 바닥 구석에 깔려 있었다. 칼이다. 섬뜩했다.

  게다가 뭔지 알 것 같은 짙은 얼룩이 칼날 곳곳에 묻어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메모지. 황급히 메모지를 꺼내 펼쳤다.

  - 사람을 죽였다.」p.255

 

 

 

 

<압구정 소년들>거침없이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토네이도를 과감히 물리치고 나아가는

당찬 소년 소녀들의 야심이 담긴 소설책이다.

10년째 방송국 PD로 활동 중인 작가의 다양한 경험담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껏 부풀려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가는 작은 추억일지라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탄탄한 소설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