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초상화로 평가받는 불후의 명작
‘윤두서(1668∼1716)의 자화상(18세기초·국보240호)’.
이 그림은 매우 특이하다.
부리부리한 눈매, 거울을 보고 그린 듯 한올 한올 사실적이면서 불타오르는 수염.
넘치는 생동감과 파격적인 생략은 보는 이를 섬뜩한 공포로 몰아넣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있어야 할 두 귀, 목과 상체가 없다는 점.
탕건 윗부분이 잘려나간 채 화폭 위쪽에 매달린 얼굴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대체 이런 그림이 어떻게 나온 것인가.
윤두서가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일까. 아니면 그의 실수 또는 그리다 만 미완성작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가 조작한 것은 아닌지.
결론부터 말하면 안목 없는 후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탓.
하지만 실수든 파격이든 그것이 작품의 예술성을 떨어뜨리지는 못한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의 유교윤리나 보편적 미감(美感)에서 벗어나 있다.
사대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 일부를 떼낸 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두서는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를
지은 윤선도의 증손자이자
실학자인 정약용의 외할아버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